30초 개요: 대만의 연간 강수량은 2,500밀리미터로 세계 평균의 2.5배에 달하지만, 동시에 세계 20대 물 부족 국가 중 하나이기도 하다. 이 모순이야말로 대만 기후를 이해하는 첫 번째 열쇠다. 대만에는 비가 적게 오는 것이 아니라, 너무 한꺼번에, 너무 급하게 내리고, 너무 빨리 사라진다. 이 섬의 모든 것이 그렇듯, 기후 역시 극단적이다.
| 2,500mm | 세계 평균 982mm |
|---|---|
| 대만 연평균 강수량 | 대만은 세계 평균의 2.54배 |
비는 넘치도록 오는데, 물은 늘 부족하다
같은 날, 타이베이 평지의 기온은 30도인데 중앙산맥(中央山脈) 방향으로 차로 두 시간만 달리면 허환산(合歡山)에 9센티미터의 눈이 쌓여 있다. 대만의 기후는 단지 복잡한 것이 아니라, 압축되어 있다. 지구상 대부분의 위도대 기후가 이 길이 400킬로미터에 불과한 섬 위에 겹겹이 포개져 있는 셈이다.
대만의 연평균 강수량은 2,500밀리미터지만, 이 비의 80%가 5월에서 10월 사이 반년에 집중된다.1 중앙산맥이 비를 산쪽으로 끌어들인 뒤 빗물은 급경사를 타고 곧장 바다로 흘러가 버린다. 사람이 붙잡을 틈이 없다. 여기에 높은 인구밀도와 농업 용수 수요까지 더해지면, 1인당 배분 가능한 담수량은 세계 평균에 한참 못 미치게 된다. 그 결과 대만은 사막 국가들과 나란히 '물 부족 위기 목록'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이 역설 — 비는 많이 오는데 쓸 물은 부족하다 — 이야말로 대만 수자원 문제의 핵심이며, 2021년 백년 대가뭄이 섬 전체를 충격에 빠뜨린 이유이기도 하다.
북회귀선 위의 이단아
전 세계에서 북회귀선이 지나는 곳은 대부분 사막이거나 반건조 지대다. 사하라, 아라비아반도, 멕시코 북부가 그렇다. 그런데 대만은 바로 이 선 위에 놓여 있으면서도 울창한 녹음으로 덮여 있고, 종(種) 밀도가 세계 최상위권이다. 이유는 세 가지다. 산, 바다, 계절풍의 공모.
섬 한가운데에 척추처럼 산맥이 서 있다. 해발 3,000미터를 넘는 봉우리가 100개 이상이고, 최고봉인 위산(玉山, 3,952m)은 북회귀선 부근에서 세계에서 가장 높은 산이기도 하다.2 이 산줄기가 태평양에서 밀려오는 수증기를 가로막아 강제로 상승시키고, 온도를 떨어뜨리고, 비를 쏟아붓게 만든다. 겨울이면 동북계절풍이 시베리아에서 한기를 몰고 남하하다가 쉐산산맥(雪山山脈)과 중앙산맥에 부딪혀 바람받이인 이란(宜蘭)에 비를 쏟아낸다. 그 바람이 산을 넘어 신주(新竹)에 도달할 때쯤이면 수분은 이미 다 소진되고, 대만해협을 가속하며 불어오는 강풍만 남는다. 이것이 '주풍란우(竹風蘭雨)'의 유래다 — 네 글자에 지형이 기후를 빚어내는 마법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이란의 연간 비오는 날은 200일을 넘기고, 산간 지역의 연간 강수량은 5,500밀리미터에 달한다. 반면 신주의 겨울은 대만에서 바람이 가장 거센 곳이면서도 비는 거의 내리지 않는다.3
여름이 되면 패턴이 뒤집힌다. 서남계절풍이 인도양과 남중국해에서 뜨거운 공기를 몰고 북상하면서 이번에는 남서부가 바람받이가 되고, 타이둥(台東)은 바람그늘의 '푄(焚風)의 고향'이 된다. 태풍이 지날 때마다 동해안의 타이둥에는 섭씨 40도를 웃도는 푄 현상이 나타나곤 한다. 햇볕 때문이 아니라, 뜨거운 공기가 서쪽 산등성이에서 강하게 압축되며 내리꽂히기 때문이다.
✦ "지구상 대부분의 위도대 기후가 대만이라는 길이 400킬로미터짜리 섬 위에 겹겹이 포개져 있다."
사계절: 교과서와는 다르다
대만의 '사계절'이라는 표현은 상당히 완곡한 표현이다. 현실에 더 가까운 묘사는 이렇다. 매우(梅雨), 태풍, 동북계절풍, 그리고 짧은 겨울 — 이 네 가지 기후 현상이 돌아가며 주도권을 쥐고, 그 사이사이에 '봄'이나 '가을'이라 부를 만한 몇 주가 겨우 끼어든다.
매년 5월 중순부터 6월 중순까지 매우 전선이 대만 부근에 머물며 지속적인 비가 댐에 대량의 물을 채워 준다. 매우 기간의 강수량은 연간 총량의 15%에서 20%를 차지하며, 농업은 이 비에 기대어 1기작 벼를 심는다. 하지만 매우는 성질이 종잡을 수 없는 공급자다. 어떤 해에는 3주 내내 비가 쏟아지고, 어떤 해에는 아예 오지 않는다. 후자를 '공매(空梅)'라 부르는데, 이는 다가올 가뭄의 전조다.
7월부터 9월까지는 태풍철의 정점이다. 매년 평균 3~4개의 태풍이 대만을 직접 겨냥하며, 이들이 가져오는 비는 연간 강수량의 30%에서 40%를 차지한다. 대만에서 태풍은 단순한 재난이 아니라, 어느 정도는 댐의 '강제 충전 장치' 역할도 한다. 태풍이 오지 않는 해에는 가을이 되기도 전에 댐 수위가 위태로워진다.
10월 이후 동북계절풍이 본격적으로 들어서면 대만은 '북쪽은 습하고 남쪽은 건조한' 구도로 접어들며 이듬해 봄까지 이 상태가 이어진다. 타이난(台南)의 1월에는 비가 거의 내리지 않지만, 타이베이의 1월은 잿빛 하늘 아래 비가 질질 내린다. "줘수이시(濁水溪)를 넘으면 날씨가 완전히 다른 세상"이라는 말은 중부 사람들의 일상적인 감각이다.
겨울이 허환산에 도착하면 적설이 9센티미터를 넘기기도 한다. 그날 평지에서는 15도의 맑고 화창한 겨울 날씨일 수 있다. 대만의 고도차는 기후대를 극한으로 압축해서, 같은 섬 위에서 같은 오후에 열대 해안과 눈 덮인 고산을 동시에 볼 수 있게 만든다.
모라콧(莫拉克), 2009년 8월 8일
2009년, 대만 기후에 대한 모든 상식을 뒤엎는 숫자들이 나왔다.
아리산(阿里山) 관측소의 24시간 누적 강수량: 1,403밀리미터. 대만의 연평균 강수량: 2,500밀리미터. 다시 말해 아리산에 하루 만에 반년치 이상의 비가 내린 것이다.4 모라콧 태풍이 대만에 머무른 기간(8월 6일~10일) 동안 아리산의 총 누적 강수량은 2,884밀리미터를 넘겼다. 이미 대만의 연평균 강수량을 초과했고, 세계 강수량 기록에 육박하는 수치였다.5
이 숫자들은 배경에 불과하다. 이야기는 가오슝현(高雄縣) 자셴향(甲仙鄉)의 샤오린촌(小林村)에서 일어났다.
- 2009/08/08 15:30 — 모라콧 태풍의 중심이 대만에 접근, 폭우 계속
- 2009/08/09 05:00 — 샤오린촌 동북쪽, 인간의 손이 닿지 않았던 셴두산(獻肚山)에 지속적인 폭우로 다수의 파열면 발생
- 2009/08/09 06:09 — 대규모 토석류가 난쯔셴시(楠梓仙溪)를 막아 보(堰塞湖)를 형성, 곧이어 붕괴
- 110초 후 — 홍류가 8, 9호 교량을 파괴, 100여 가구가 지도에서 사라졌다
- 최종 집계 — 491명 실종, 샤오린촌 9~18린(鄰) 전체가 토석류에 매몰6
이것은 단순한 인재나 방재 부실의 문제가 아니었다. 탐사보도 매체 '보도자(報導者)'의 조사에 따르면, 셴두산의 순향사면(順向坡) 지질 구조와 대만의 왕성한 조산 작용으로 인해 암반은 이미 오래전부터 파쇄되어 있었고, 극단적인 강우가 마지막 한 방을 가한 것이었다.7 기후, 지질, 산의 형태 — 대만의 지리적 조건이 최악의 순간에 완벽하게 맞아떨어지며 1959년 팔칠수재(八七水災) 이후 최악의 태풍 참사를 빚어냈다. 사망 681명, 실종 18명.
📝 큐레이터 노트
샤오린촌 사건에서 가장 가슴 아픈 지점은 재난 자체가 아니라, 셴두산의 지질 조건이 이미 오래전부터 존재하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과거에도 산사태가 발생했고 느슨한 붕적토가 쌓여 있었다. 이 산은 모라콧에 의해 '파괴'된 것이 아니라, 충분한 양의 비를 기다리고 있었을 뿐이다. 기후의 극단화는 곧, 예전이라면 '아직 안 무너진다'던 그 한계선이 점점 더 쉽게 넘어가고 있다는 뜻이다.
백년 대가뭄, 2021
2020년 여름, 아열대 고기압이 1949년 이래 가장 강하고 가장 오래 지속되는 이상 현상을 보였다. 태평양 고기압이 대만을 짓눌러 태풍은 비껴갔고, 매우는 일찍 끝났으며, 여름철 물 보충은 완전히 실패했다.8
이어진 겨울에도 봄비가 제때 오지 않았다. 2021년 봄, 대만 주요 댐의 수위는 역대 최저점으로 떨어졌다. 쩡원수이쿠(曾文水庫)는 저수율이 5%도 채 남지 않았다. 대만에서 가장 중요한 竹科(신주과학단지) 급수원인 바오산수이쿠(寶山水庫)와 바오산제2수이쿠(寶山第二水庫)도 위기에 처했다. 2021년은 '백년 대가뭄'이라 불렸으며, 1947년 완전한 기록이 시작된 이후 최악의 가뭄이었다.9
농업이 직격탄을 맞았다. 윈린(雲林) 구컹(古坑)의 차나무는 새싹을 내지 못했고 봄차 생산량이 급감했다. 가오슝(高雄) 타오위안(桃源)의 청매실은 생산량이 절반으로 줄 것으로 추산되었다. 난터우(南投), 윈린, 자이(嘉義)의 농업 피해액을 합치면 2억 대만달러를 넘겼다.10 농민들이 말하는 '하늘에 기대어 먹고산다(靠天吃飯)'는 표현이 2021년 봄에는 가장 직설적인 현실이 되었다.
竹科(신주과학단지)의 상황은 더 긴박했다. TSMC를 비롯한 반도체 공장들은 대만 최대의 물 소비처인데, 수자원 위기가 기술 산업 전체를 바짝 긴장시켰다. 정부는 물 탱크차를 동원해 공장에 급수하는 한편, 5만 헥타르 이상의 농지를 긴급 휴경시켜 관개용수를 공업 및 민생 용수로 돌렸다.
백년 대가뭄의 해결은 결국 2021년 5월 말부터 시작된 수차례의 매우 전선과 7월의 태풍 덕분이었다. 한 해 최대의 위기를, 결국 기후 현상이 스스로 마무리지은 셈이다.
⚠️ 논쟁적 관점
백년 대가뭄은 대만 수자원 배분 구조의 깊은 모순을 드러냈다. 농업용수가 전체 용수의 70% 이상을 차지하지만, 물 부족 위기 때 가장 먼저 희생되는 것은 언제나 농업이다. 농민은 "물은 없지만, 밥을 안 먹을 수는 없다"고 말하고, 산업계는 "물을 우리에게 주면 GDP로 더 많이 돌려준다"고 말한다. 같은 가뭄을 두고, 서로 다른 사람들이 서로 다른 불공정을 본다.
기후변화의 청구서
대만의 지난 100년간 평균 기온은 약 1.6도 상승했는데, 이는 같은 기간 세계 평균 상승폭보다 높다. 더 골치 아픈 것은 해수면이다. 대만의 해수면 상승 속도는 세계 평균의 두 배로, 지난 20년간 연 3.4밀리미터씩 올라갔다.11 온난화가 계속된다면 2050년까지 대만에서 약 90만 명이 해수면 상승의 영향을 받고, 약 1,131제곱킬로미터의 토지가 침수 위험에 처할 수 있다.
동시에 2022년 미국 NOAA는 대만이 20년 만에 최대 규모의 산호 백화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대만의 산호초 생태계는 풍부한 종 다양성으로 유명하지만, 꾸준히 오르는 해수 온도가 산호에서 공생조류를 앗아가 백화 현상과 사멸을 불러오고 있다.12
기상학자들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극단화의 추세다. 우기는 더 습해지고 건기는 더 건조해진다. 태풍의 개수는 줄어들지라도 강도는 세진다. 모라콧처럼 '이틀 만에 1년치 넘는 비가 내리는' 사건의 빈도가 늘어날 수 있다. 2021년의 백년 대가뭄은 예외가 아닌 일상이 될지도 모른다.
대만의 기상 관측 역사는 1896년 일본인이 헝춘(恆春)의 푸더먀오(福德廟) 한 칸을 빌려 임시 관측소로 쓰고 기기를 세워 측정하기 시작한 데서 출발한다.13 그때 사람들은 이 숫자들이 130년 뒤에 무엇의 증거가 될지 알지 못했다.
📝 큐레이터 노트
대만의 기후 역설은 결국 하나의 경고문처럼 읽힌다. 세계 평균의 2.5배나 비가 오는 섬이, 지형이 너무 가파르고, 인구가 너무 많고, 댐이 너무 적다는 이유로 물 부족 지역이 된다. 그런데 그 섬의 태풍은 연평균보다 더 많은 비를 이틀 만에 퍼붓는다. 그러다가 또 어떤 해에는 태풍이 전부 비껴가고, 댐 바닥이 드러난다. 대만의 기후는 온화하지 않다. 대부분의 시간에 온화해 보일 뿐이다.
참고 자료
- 대만 연강수량은 세계 평균의 2.54배 — 중앙기상서(中央氣象署) 기후백과 (일차 출처)
- 대만 가뭄재해 특성 — 기후변화재해위험적응플랫폼 (일차 출처)
- 샤오린리(小林里) — 위키백과 (원본 뉴스 출처 색인 포함)
- 그날 밤, 대규모 붕괴와 복합재해가 빚어낸 샤오린촌의 비극 — 보도자(報導者)
- 대만 역사적 극한기후 재해사건 — 기후변화재해위험적응플랫폼 (일차 출처)
- 2021년 대만 가뭄 물 부족 위기 — 위키백과
- 백년 대가뭄이 일상이 된다면 — 우리의 섬(공시(公視))
- 지구온난화에 따른 대만 해수면 상승 영향 분석 — 그린피스 대만
- 헝춘기상관측소 역사 — 중앙기상서 (일차 출처)
- 대만 해수면 상승 속도는 세계의 두 배 — 환경자훈중심(環境資訊中心)
- 2020-2021 대만 백년 대가뭄 원인 분석 — 대기과학연구응용자료고 (학술)
- Tropic of Cancer, Taiwan's highest mountain on the Tropic — Wikipedia
- 중앙기상서 기후백과, 대만 강수 분포 자료↩
- Wikipedia, Tropic of Cancer: "The highest mountain on or adjacent to the Tropic of Cancer is Yu Shan in Taiwan"↩
- 이란현 정부 자료 및 지리 교육 자료: 란양평야(蘭陽平原) 연강수량 2,500~3,000mm, 산간 5,500mm, 비오는 날 200일 이상↩
- 아리산 관측소 24시간 강수량 1,403mm, 출처: 다수 인용 기상 데이터, 다른 측정소에서는 1,165mm라는 수치도 있으나 여기서는 널리 인용되는 수치를 채택↩
- 기후변화재해위험적응플랫폼: "아리산 관측소, 총 누적 강수량 2,884mm 초과, 이미 대만 연평균 강수량을 초과"↩
- 샤오린리 위키백과: 491명 실종, 2009/08/09 06:09 보 붕괴↩
- 보도자 서적 발췌: "느슨하게 부서진 토석이 중력을 따라 순향사면의 경사면을 타고 쏟아져 내렸다"↩
- 대기과학연구자료고: "2020년 아열대 고기압이 강도 면에서 최강에 달했고, 지속 기간도 1949년 이후 가장 길었다"↩
- 위키백과 2021년 대만 가뭄: "1947년 이후 최악의 가뭄"↩
- 공시 '우리의 섬': 윈린 구컹 차나무, 가오슝 청매실, 농업 피해 2억 대만달러 이상↩
- 환경자훈중심 분석 인용: "대만의 해수면 상승 속도는 세계의 두 배로, 지난 20년간 연 3.4밀리미터의 속도로 계속 상승 중"↩
- 그린피스 홍콩: "NOAA가 경고를 발령, 대만이 20년 만에 최대 규모의 산호 백화 위기에 직면" (2022)↩
- 중앙기상서: "1896년 11월 20일, 일본인이 민간의 푸더먀오를 빌려 임시 사무소로 사용하기 시작"↩